최고의 존중

한 2007년쯤?
제가 사회 초년생 시절 이야기.

회사에 예쁜 누나가 있었습니다. 결혼한 예쁜 누나.
그 누나는 같은 팀의 디자이너 형과 결혼했습니다.
디자이너 형은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짓고 다녔는데..
사람들이 잘 생겼다 말하는 얼굴은 아니었어요.
되게 웃기고 좋은 사람이긴 했지만.

저는 누나에게 물었죠.
"형이랑 결혼해서 같이 살면 어때요? 좋아요?"
사실 저는 속으로 이런 대답을 기대했던 것 같아요.
"아유, 말도 마. 이 인간이랑 내가 결혼은 왜 해서..."

결혼한 사람들이 많이들 하는 농담.
그리고 낄낄 거리기.

그런데 생각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어요.
"너무 좋고 행복하지. 정말 멋진 분이야."

그런 말은 생전 처음 들었습니다.

다들 결혼하지 마라. 결혼하면 후회한다.
진심이든 농담이든.. 아내와 남편을 흉보는 얘기만 들어왔었으니깐.
다들 그런 말을 쓰니깐 그걸 듣고 자란 어린 친구들도 자연스레 따라 하게 되는 거 아닐까?

저는 그날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누나와 형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결혼하면 저렇게 살고 싶다.

정우성과 이정재는 동갑이지만 서로 존댓말을 쓴다고 합니다.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도 아내와 동갑이지만 존댓말을 쓰거든요.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싶기 때문에.
농담이라도 절대 밖에서 아내를 험담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나의 결혼 관념이 지금과는 달랐을까?
아마 그랬을지도요.
덕분에 저도 그들처럼 살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문득 옛 생각이 나서 끄적여 보았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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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한잔 개발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