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얼마 전 커피한잔에서 만남을 갖기로 했던 남녀의 사연을 들려드리려고 해요.

약속한 시간은 오후 5시였고 먼저 도착한 여자는 약속했던 시간이 다되어 갈 때쯤 남자에게 메시지를 받았어요.
"지금 가고 있어요~ 매장에 15분쯤 도착할 거 같아요."
"5:15분이요?!"

여자는 당황한 듯 보였지만 남자를 기다렸고, 5시 17분이 되어서 어디쯤 왔냐고 남자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어요.
하지만 남자는 답이 없었죠.

남자는 5:20분, 드디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어요.
하지만 화가 난 여자는 이미 자리를 떠나고 난 뒤였습니다.

이 둘은 각각 저에게 메일을 보내 하소연을 했어요. 저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도 한 때는 약속 시간에 항상 늦곤 했어요.

대학생 때 친구들이 10명 정도 모임을 하면 저는 항상 늦게 나가곤 했죠.
제시간에 나가면 저 혼자 자리에 앉아서 30분이고 기다린 뒤에야 한 명씩 도착하곤 했거든요.
기다리는 것도 싫지만 그것보다 내가 호구 같다는 느낌이 더 싫었던 것 같아요.

1:1 약속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기다리는 게 싫어 시간을 딱 맞춰서 나가려고 하다가 꼭 10분씩 늦는 일이 생기곤 했어요.
저는 더 이상 호구가 아니게 됐지만,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저는 시간이 흐르고 여러 경험들을 하면서 이런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얻고 나서였습니다.
그 사람은 저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죠. 몇 분 늦는 시간 약속이 아니라 큰돈이 걸린 약속이었기 때문에 저는 오랜 시간을 상처 때문에 아파했어요.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말아야지.
과연 나에게 미리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까?
생각해 보면 있었어요. 그 사람은 작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 모습들을 자주 보였거든요.

이때부터 저는 작은 약속이 오히려 더 중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큰 약속이 지켜지는지 아닌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가서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는 작은 약속을 잘 지키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정작 나는 약속을 잘 지키나?
저 또한 생활 속에 생기는 무수한 작은 약속들을 소홀히 생각하고 잘 지키지 않는 행동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 이후로는 저도 작은 약속들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약속 시간에 늦어서 허둥지둥하고 초조한 마음을 가졌던 적이 요즘에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미리 나가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어도 더 이상 제가 호구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자랑스러웠죠. 저는 예전보다 분명히 나은 사람이 되었어요.

얼마 전 자동차로 아내를 미용실에 데려다주는 길이었어요.
5분 정도 늦을 것 같았죠.
아내는 전화를 해서 너무 죄송하다며 5분쯤 늦을 것 같다 말했어요.
상대방은 별 대수롭지 않은 듯이 네네 하는 것이 느껴졌죠. 뭘 그 정도를 가지고?
저 또한 5분 늦는 걸 갖고 뭘 저렇게까지 전화를 하나 잠깐 생각하다가 이내 깨달았어요.

아, 이게 바로 내가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이구나.

주위에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들만 있으면 행복합니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세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여러분들에게도,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도.

--
커피한잔 개발자 드림